이도우의 소설을 처음 접하며 끌려 들어갔던 작품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사랑을 이렇듯 섬세하게도 다룰 수 있구나 하는 것이 나의 첫 감정이었다. 공진솔은 라디오 작가이다. 그녀는 뭔지 모르게 일이 잘 안 되거나 싱숭생숭한 날이면 연필의 나무 부분을 곱게 깎고 연필심을 갈아내는 느낌을 좋아했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진솔의 라디오 프로그램 주소이다. 이 소설은 진솔의 라디오 프로가 개편되면서 새로 오게 된 이건 PD와의 만남을 사랑으로 만들어 가는 이야기이다. 진솔은 낯가림이 심한 편이어서 회사 내에서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 이면서도 직접적으로 소심하다는 표현을 싫어했다. 그런 진솔에게 나타난 이건이라는 남자는 솔직하고 인기가 많으며 조금은 짓궂은 구석도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