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단편소설집 「2035 SF 미스터리」

 

천선란 외의 8명의 작가가 쓴 단편 소설집이며,

2035년이 현재라는 가상으로 소설은 구성되어 있다.

 
 
 

 
 

 
얼마 전까지 지구를 강타한 코로나 시대가 이제는 독감이나 감기 수준의 익숙한 전염병으로 인식되며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가 끼친 세상은 많은 것이 앞으로 당겨진 세상의 빠름으로 우리들 곁에 다가와 있다.
생활적인 면만을 생각할 수 있는 이때에, 문학차원에서도 2035년 근미래를 장르적 상상으로 탐구해 보자는 기획 의도로 나온 작품이 바로 <2035 SF 미스터리>라고 한다.
미스터리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범죄라는 사건을 통해 보여주는 장르이고, 
SF는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한 미래상을 보여주는 장르이다.
이 소설은 9명의 작가가  SF와 미스터리를 혼합한 소설로서, 팬더믹으로 인한 인류의 미래에 일어날 과학적 현상 위에 인간의 심리가 보여주는 소설을 기획하여 출간되었다고 한다.
 
 
 
단편 소설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내가  '천선란' 작가 책을 도서관에서 찾다가 거의가 대출 중이라라는 실망감을 안고 찾아온 것이 바로 여러 작가가 써낸 단편 소설집인 < 2035 SF 미스터리>이다.
처음엔 단편소설집인 줄도 모르고 '천선란' 작가명만 보고 빌려온 책이었기에, 반납해야겠단 생각을 하며 마침 첫 번째 소설이 천선란 작가이기에 하나 정도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옥수수 밭과 형>이라는 이야기를 읽었다.
생각보다 글이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 자체가 재밌게 흘러갔다. 그러면서 다시 두 번째, 세 번째 이야기를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어느새 리뷰까지 쓰게 되는 계기까지 당도하게 되었다.
 
 
 
9명의 작가는 이제부터 알아가야 할 작가이지만, 이 세계에서는 이미 이름난 작가들로 유명세가 있다고
한다.
먼저, 한국 SF를 견인해 온 듀나 작가, 환상소설과 과학소설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김이환 작가, 페미니즘 SF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혜진 작가, 서정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천선란 작가, 미스터리에서는 판사 재직시절부터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도진기 작가, 능글맞은 블랙 코미디의 대가 황세연 작가, 현직 과학 교사로 과학 지식을 이용한 트릭의 명수라는 윤자영 작가, 치밀한 플롯을 설계하는 신예작가 한새마에 이르기까지...
 
 
 
개인적으로 <옥수수밭과 형>이 가장  좋았다면, 황세연 작가의 <고난도 살인>은 그다음으로 재밌게 읽은 작품이다.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메타버스의 세계 안에서 펼쳐지는 살인사건이 흥미로웠다.
소재 자체는 좀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미래세상에 있을 메타버스 시장을 모티브화 하여 범인을 추측하는 유전자 기법이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한 몰아기기가 기대되었다.
단편인 만큼 깊숙이 펼쳐지지 않고 단조롭게 끝난 점은 못내 아쉬운 점이다.
과학의 발달은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지만, 인간의 심리와는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많이 등장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난민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구상의 재난으로 대한민국에 난민들이 많이 들어와 산다는 설정이 포함되어 있다.
김이환 님의  <고양이의 마음>도 그중의 하나로 아프리카 나라의 하나인 우후루의 내전으로 그나마 안전한
호텔에서 묵으며 더욱 안전한 나이지리아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올 생각만 하며 지내던 강사장에게 어느 날

자신의 신분증을 갖고 도망간 고양이를 찾기 위해 난민들과 함께 생활하는 이야기를 그린 휴머니즘이다.
자신은 뭔가 특별한 존재인 양 거들먹거리던 강사장에서 초라해질 때까지 초라해져 버린 호텔 생활에

이르기까지...

결국, 이기적인 어른에서 벗어나 아이와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휴머니즘적인 반전으로 마무리를 하는 이야기이다.
 
 
 
도진기의 <컨트롤 엑스>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컨트롤 c, 컨트롤 v,  처럼 복사하고 붙여 넣는 단순한 형식을 뛰어넘어  컨트롤 x에서 컨트롤 v로 이어지면 사람을  쉽게 복제할 수 있다는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이다.
동물들을 복제하는 일은 지금도 실행되고 있으니, 인간을 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MRI 같은 의료적 장비에 사람을 넣고 컴퓨터로 컨트롤 x에서 컨트롤 v만 누르면 인간의 복제가 아닌 복사가 된다는 것이다. A4용 지위에 쉽게  복사되는 그림인 양 인간의 복사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정하에 무서운 이야기는 소설화되어 있다.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상상력은 이미 많이 나와 있지만, 컴퓨터 자판 위에서 자행되는 인간 복사는

너무나 간단하면서 무섭다.
나를 위한 너의 희생이라는 과학의 흐름이 정작 맞는 것일까?
과학의 발달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지만, 인간의 과한 욕심이 화를 부르는 형태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계속해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소개하지 않은 그 외에 소설들도 흥미를 끄는 이야기가 많이 있지만, 뒤로 갈수록 인간의 복제를 중심으로

나와 내 가족이 살아가야만 하는 이야기들이나, 생소한 과학의 발달등이 가깝게 다가오지 않은 이야기들이어서 대충 읽어버린 경향이 있다.
 
 
 
단편소설은 일단 페이지가 짧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깊이라든지 몰두할 수 있는 힘이 약한 것이 단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5 SF 미스터리>는 작가마다의 특성과 개성이 정확하게 드러나서 가볍게 소설을 접하고 싶은 분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또한 SF의 장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과학의 토대뿐만 아니라, 미스터리를 가미한 이 작품들로 이루어진 이 단편집이 아주 흥미롭게 읽힐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