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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책 리뷰> 룰루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Why Fish Don't Ex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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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작가 룰루밀러는 과학 전문기자이다.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을 수상한 작가이기도 하며,
룰루 밀러 자신의 과학적 모험담을 직접 그려낸 회고록이자 전기가 바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논픽션 데뷔작이라고 하지만 계속해서 많은 글을 기고하고 있었던 그녀였기에
소설만큼이나 재밌는 이 이야기에 아마도 훅 따라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룰루밀러는 모든 것이 혼돈이었고,
자신을 집어삼킬 듯 덤벼대는 짜증과 분노가 자포자기로 이어질 수 있었을  스무 살 무렵에 그녀의 눈길을 끈 것은
바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과학자였다.
그는 어류를 전문 분야로 하는 분류학자이며 생물학 과학자이다.
당시, 인류에 알려진 어류의 5분의 1이라는 많은 명칭이 데이비드에 의해서 이름 지어졌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룰루밀러가 어릴 적, 과학자이면서 괴짜 아버지에게 들은  '너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은 7살 난 아이가 받아들이기에 혼돈 또는 슬픔 그 자체였을 것이다.

유아기에 받은 상처는 인간 전생애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프로이트의 말을 꼭 빌리지 않더라도

그녀가 우울과 갈등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대학에 들어가 사랑을 하게 된 곱슬머리 남자는 이제까지 맛보지 못한  황홀함이었지만. 그것도 잠시...
룰루밀러는 어릴 적 트라우마와 함께 다시 혼돈으로 빠져들었고, 이때 그녀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엄청난
혼돈의 회오리 속에서도 세상의 정석을 받아들이며 질서를 부여하기까지 하는 데이비드 조던이었던 것이다.

 
 
 
지구 속 어류의 표본을 만들기 위해 수십 년에 걸쳐 어디든 가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데이비드에게
엄청난 시련이 다가왔다.
그것은 에탄올 속 유리단지 안에 보관되고 있던 표본과 명칭이 지진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는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좌절하거나 망연자실한 태도를 취하기보다는
바로 바늘을 찾아 형태가 남아 있는 물고기의 목살에 바늘을 찔러 이름표를 꿰매 붙이는 작업을 시작했다.
룰루밀러 눈에 포착된 그의 행동은 데이비드라는 과학자의 깊숙한 내면과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혔고,

오래된 그의 저서를 찾아 읽기 시작하면서  룰루밀러의 대작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탄생하게 된다.

 
 
 
룰루밀러가 존경의 대상으로 시작한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당시, 데이비드가 영웅으로 여겼던 박물학자인 루이 아가시.
그리고 그녀와 언니, 아버지와의 교감...

데이비드의 일화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그들의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열거하고 각자의 인생을 재조명해 가는 전기적 이야기로 구성된 이 책은

많은 과학자들의 학술과 연구들이 포함되어 있다.
 
 
 
 
처음, 나는 과학도서로만 치부하고 물고기를 연구했던 데이비드 조던에 대한 전기로 독서를 시작한 것이
잘못이었다. 한참을 읽는 중에도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먼저 읽고 추천해 준 딸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초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작가 중심으로 관점을 돌려 읽기 시작하다 보니,

조금씩 룰루밀러만의 아픔이나 가치관 그리고 그녀만의 독특한
감성과 , 그녀가 데이비드에게 매료되었던 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룰루밀러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괴짜 아버지의 삶과 사람에 대한 철학,

자연세계와 자신의  실생활에 대한 질서 등 아주 흥미로운 내용으로 꽉 차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푹 빠져들어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자연세계에서 종을 분류하는 기준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습관적 개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학자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다윈의 학설에 많은 근거를 두고  열거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각을 바꾸기 위한 노력과  별을 포기함으로써 맞바꾼 진실은 지금까지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진실처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개념을 바꾸기 위한 노력 또한 언젠가는 가설이 아닌 진실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 뿌리 박혀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진실이다.
지금의 자연세계는 인간만이 월등한 존재로 인식하여 동물들과의 거리 두기를 위한 방법으로 기술적 언어를 사용하는 죄를 범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신체 접촉의 표현 방법이라든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행동이라고 못 박는 표현...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을 건드렸다는 놀라움과 인간이기에 당연한 것으로만 받아들인 우월감 비슷한 마음을 내려놓는 기회로 삼았다는 것을 밝힌다.  
물속에 산다고 해서 어류로 분류될 수 없고, 어디에 기준을 두고 분류할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자 시작한 이 학설이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인간에게 국한되지 않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은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 살아가고 성장해 갈 뿐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의 개념이 아니라는 교훈적 차원에서 룰루밀러 자신도, 아버지도, 큰언니도 자신만의 신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데이비드가 들으면 놀랄 일이겠지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짧은 리뷰로  전달하기엔 정말 아쉬운 점이 많은 책이기에 직접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해본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세계가 너무 뚜렷해서 많은 놀림과 괴로움에 살았던 룰루밀러의 큰언니가 한 말을 끝으로 전하며 리뷰를 마친다.
"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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