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가르침
-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책상에 앉아 글을 썼다.-
조윤제 작가는 고전 연구가로서 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가 출판계에 입문했다고 한다. <논어>, <맹자>, <사기> 등 동양고전 100여 종을 원전으로 읽으며 문리가 트이는 경험을 했다고 하니, 성인의 곁으로 한발 더 다가서는 견문의 깨달음을 이룩한 작가에게 경이로움을 표하는 바이다.
작가는 <다산의 마지막 습관>을 집필하며 다산의 깨달음을 조금이나마 전하고자 노력했지만, 스스로 부족함이 들 때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책상에 앉아 글을 썼다"라는 다산의 가르침에 따라 집필을 마쳤다고 한다.
내공은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자신의 루틴에 맞는 기본 활동 후에 <다산의 마지막 습관>을 읽는 시간이 좋았다.
머리가 맑아지고 다시 나 자신을 곧추 세우는 느낌이 들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오래전 <채근담>을 읽을 때는 너무나 지당하신 말씀이요~, 너무나 훌륭한 말씀이요~라는 문구들이 눈에는 들어와도 마음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때가 있었는데, 이젠 나이가 든 탓인지 비슷한 형태의 성현들의 좋은 말씀임에도 <다산의 마지막 습관>에 다가가는 마음이 달랐다.
바탕이 단단한 사람은 어떤 곳에 가서도 결국은 해낸다.
다산이 그랬던 것처럼.
<다산의 마지막 공부>보다 먼저 읽게 된 <다산의 마지막 습관>에서는 다산이 유배지에서 오랜 세월을 지내는 동안 욕심과 미혹에 빠졌던 젊었을 적 자신을 발견하고, 예순이 된 시점에서 본래의 나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이야기이다.
다산은 평생을 바쳐 많은 공부를 해왔지만,
결국, <소학>과 <심경>만이 현인의 길에 이른다고 말씀하시며, <수신제가치국평천하>에서의 '수신'을 강조하였다.
속도는 상대적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호흡이다.
<다산의 마지막 습관>은 다산 자신이 기본으로 돌아기기 위한 지침서로 삼은 소학의 주요 구절 57가지를 가려 뽑아 현대인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작가가 풀어서 쓴 책이다. 좋은 말들만 쌓아 놓으면 독자로 하여금 감흥을 자아내지 못했을 것을 소학의 구절과 적절한 옛 성인들의 말씀을 섞어가며 다산의 생각과 비교해 가는 형식들이 근소한 차이임에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인생 계발서 같은 책은 자칫 잘못하면 아주 지루하고 뻔한 말싸움 같아서 책을 덮어버리거나 그냥 책장을 넘기는 수준으로 마침표를 찍는 경우가 많은데, 나로서는 아침마다 조금씩 읽어나가는 재미와 깨달음이 하루의 나를 일으켜 세움에 충분한 아주 좋은 책이라는 것에 추천을 권한다.
마음을 잃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림으로써, 마음을 다스렸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좌절의 순간을 겪지만, 다산은 그런 좌절을 불행이 아닌 진정한 학문을 이루는
기회로 삼아, 복숭아뼈에 구멍이 세 번이나 나는 고통을 이겨내며 성인적 다 달음에 이르렀다.
그러면서도 다산은 명문가에서 폐족으로 무너진 집안이지만, 특히 자신의 두 아들의 교육에 신경을 썼다.
항상 편지로 학문의 깊이를 점검하고 채찍질함으로써 몰락한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방법은 '학문'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아버지인 자신도 비통하지만 후세에 남길 학문에 힘을 쓰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그것을 너희들이 집대성해야만 후대에 높이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똑바로 걸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르게 걷는 이들의 발걸음을 무시한다.
다산은 아이들의 교육에도 관심이 많았다.
어른은 아이들의 본보기이며, 공자 또한 강조했던 시와 음악의 중요성에 대해서 열거했다.
감성을 키워주는 시와 음악은 감정을 순화함으로써 배움을 완성한다고 하였고, 천자문의 상이한 글자를 가르치기보다는 연관된 단어 중심으로 글을 가르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고 보면 다산은 아이들의 교육에서부터 농민들의 농사일, 목민관들의 지침서, 관리자들의 기준 등 관심이 없는 분야가 없는듯하다.
돌아보면 삶의 각 시기마다 나를 달래준
인생의 주제곡들이 있었다.
아침마다 책을 읽는 내내 많은 것을 반성하고 또한 여러 가지를 다짐했다.
특히, 나의 단점인 조급함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작은 일에도 빨리 성과를 보려는 조급함과 아무 일도 아닌 것에 극심한 신경을 쓰는 나 자신을 점검해 본다.
우리의 감각 기관 중 마음만이 생각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기에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며 살아가야 한다는 말씀에 깨우치는 바가 크다.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옆에 놓고 읽을 책중의 하나로 <다산의 마지막 습관>을 꼽아본다.
허물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허물을 고칠 줄 모르는 게 부끄럽다.
황상이라는 다산 제자의 일화를 끝으로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선생님 저에게는 세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너무 둔하고, 앞뒤가 꽉 막히고, 사리분별을 못합니다."
이에 다산이 말씀하시길...
- 한번 보고 척척 외우는 사람은, 그 뜻을 음미하지 않아 금세 잊어버린다.
- 제목만 던져줘도 글을 짓는 사람은, 똑똑하지만 오히려 글은 가볍다.
- 한 마디만 해도 금세 알아듣는 사람은, 곱씹지 않아 깊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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