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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책 리뷰> 김혜진 작가의 장편 소설「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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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엄마와,

하나뿐인 딸이 동성 연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많은 관습들은 시대에 맞서 변하고 있다.
그 많은 것 중에 현재 사회적으로 계속 대립 대고 있는 것이 '동성애'라는 테마일 것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갈등을 겪었던 이슈들이 지금은 아무도 모르게 우리 생활 속에서 숨 쉬고 있는 것처럼,
동성애에 대한 이슈도 하나의 개인 성향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하는 어렴풋한 생각을 해보며
<딸에 대하여> 리뷰를 해보려 한다.
 
 


이 소설은 교사였던 엄마가 중동에 나가서 일하고 있는 아빠의 부재로 어쩔 수 없이 혼자서 딸을 키우며, 교사라는 직업을 놓고 딸을 양육하기 위한 다양한 직업을 갖음으로써,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헌신하는 어머니로서의  젊은 시절을 보내고 지금은 요양 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1인칭 시점으로 화자는 엄마이고,
딸은 30대 중반으로 대학 강사이다.
대학시절 아프리카 봉사를 다녀온 이후 독립을 자처했던 딸이 어느 날 집으로 동성연인을 데리고 들어온다.
 
 


엄마는 요양원에서 젠이라는 할머니를 돌본다.
젠은 젊어서 외국에서 공부도 많이 하고 해외에 입양된 아이들과 한국에 들어온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 일생을 보낸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은 치매에 걸린 연약한 환자일 뿐이다.
요양원 관리자는 젠을 기사화하여 정부 보조금을 좀 더 받으려 노력하지만 치매가 가속화되는 젠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었고, 점점 셈이 빨라진 요양원도 젠을 열악한 요양원으로 보내기 위한 방법을 단행한다.
 
 


딸과 딸의 연인을 바라보는 엄마의 분노는 점점 높아져 갔으며, 딸의 연인으로 인해 자신의 예쁜 딸이 망가진냥 그녀를 향한 짜증은 점점 험한 말로 폭발이 되었다.
엄마가 딸을 낳을 당시는 아마도 국가 차원에서 가족계획이 있었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엄마는 아들 선호사상이 팽배했던 유교 사상 안에서 그 딸이 아들을 대신해서 공부도 직업도 모든 걸 잘 해낼 수 있으리란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라는 표어가 그 당시를 말해주듯...
엄마는 딸이지만 아들만큼 늙어서 자신이 의지 할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자식이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난관은 평범함을 뛰어넘어 시대의 관념을 부수기 위한 투사로서의 딸만이 존재할뿐이다.
 
대학교 앞에서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들어 자신의 해고를 부당하다고 외치는 딸의 모습.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런 호응을 받지 못하면서도 목 터지게 외치는 딸.
 
이해할 수 없지만... 안타깝고 소중한 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그런 소중한 딸이 성적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 하고 세상에 까발려지고 손가락질당하며 전염병을 옮기는 병자인 양 취급당하는 현장은 너무나 부당하다고 생각되었고, 하물며 사생활이라 보호받아야 할 인권에 생존이 걸려 있는 직장까지 아무런 이유 없이 해고를 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결근 동안 젠은 요양원을 옮기는 일이 발생한다.
함께 일하는 새댁의 정보로 찾아가게 된 요양원에서 젠은 치매를 넘어 곧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가 되어 있었다. 아무런 소득원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내쳐지는 현실에 분노한 엄마는 젠을 집으로 모시게 된다.
딸과 딸의 연인 그리고 엄마와 젠에게 잠깐의 휴식이 찾아든다.
딸의 시름을 잊은 보름동안의 시간 앞에 젠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딸이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닌 어쩔 수 없는 힘에 의한 끌림이다.
젠 또한 남들을 위해 온 생을 받친 희생정신이 결국 말년의 쓸쓸함으로 죽어가는 것도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딸과 젠의 문제를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만큼의 우리들이 할 일이다.
꽁꽁 숨겨지지 않고 수면 위로 떠오르는 문제이니만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숙제이기도 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랑함에 있어서 나이 든 인종이든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성별에는 아직 뛰어넘지 못하는 장벽이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구든 인간으로서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엄마는 끝까지 딸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딸의 뜻을 꺾으려 노력할 힘도 용기도 없다고 말한다.  엄마는 순조롭고 수월한 일상을 바라보지만 현실은 아마도 끊임없는 싸움과 견뎌내야 하는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생각이다.
내일을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잘 마무리하며 또 다른 내일을 무사하게 지내야 한다는 엄마의 믿음에 박수를 보낸다.
 
 
 
사실, 사회적인 이슈이기에 잠깐의 관심을 가져보긴 했지만, 성소수자들의 마음을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요즘은 이런 현상이 유전적 현상이라는 과학적 근거로 말하기도 한다. 어찌 됐든,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그들의 절실함을 <딸에 대하여>와 같은 문화적 소재를 통해 좀 더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의 엄마처럼 내 자식이 그렇다고 하면 나 또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동을 할 거란 생각이다.
김혜진이라는 젊은 작가가 여성이라는 소재를 들고 다가온 만큼,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길 바라보며, 아주 빠르게 읽히는 책이니만큼 꼭 한번 읽어보길 권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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