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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서평> 아버지의 해방일지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라는 조금은 괴기스러운 광고 문구가 나를 이 책에 빠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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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 - '아버지의 해방 일지'라는 제목을 보고,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했던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 짝퉁쯤 되나 보다 라고 터부시 하다가, 광고에서 유시민이 추천하고 작가가 '정지아' 란 것이 눈에 들어온 순간 바로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을 했다.

광고 첫마디가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란 성우의 자극적인 말이 좀 못마땅한 느낌!. 그런데 광고가 아닌 아버지의 해방 일지 첫 문장이 바로 그것이었다.

앞.뒤 표지

이 책은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루면서 알게 되는 아버지의 인생 이야기를 외동딸의 입장에서 써 내려가는 소설이다.

 

우린 현대 역사를 잘 모른다. 한국사조차도 현대의 이념 싸움 즉 한국전쟁 전. 후에 대해서 잘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념 하면 떠오르는 익숙한 단어는 '빨갱이' 일 것이다.

 

아버지는 이십 년의 감옥살이를 마치고 고향인 구례 반내골로 들어왔다. 아버지는 1948년 성기에 전기 고문을 받다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고 또한 사시가 되었다. 아버지는 작은 아버지의 원수였다. 작은 아버지는 모든 것을 아버지 탓으로 여기며 평생을 술로 사셨고, 술만 먹으면 아버지에게 화풀이를 했다. 그런 작은 아버지가 장례식장에 나타날지가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전화는 드렸지만 아무 대답 없이 전화기는 끊어졌다.

 

부고를 알리지 않은 새벽, 제일 먼저 장례식장에 나타난 건 아버지의 동기동창이자 교련 선생이었던 박한우 선생이다. 매일 새벽 네시면 한겨레 신문과 조선일보를 취급하는 배급소에서 만나 서로의 이념에 맞지 않는 신문을 힐난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는

"그래도 사램은 갸가 젤 낫아야." 아버지에게는 사람과 사상이 다른 모양이었다.

 

아버지 담배 친구라는 노란 머리 여자 아이가 장례식장에 나타났다. 고등학교를 때려치운 아이와 아버지는 같이 담배를 피우면서 친구가 되었다. 어머니가 베트남인이었던 다문화 가정의 아이는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늘 불우했고, 아버지는 아버지 방식대로 위로를 했던 것이다. 엄마 나라는 전세계에서 미국을 이긴 유일한 나라라고... 그래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문객이 몰려오는 가운데, 아버지 말년에 나보다 더 가까운 윤학수라는 친구도 눈에 띄었다. 학수는 퇴직금을 털어 빨치산 다큐 찍는 감독과 어르신을 모시고 제주도 여행을 갈 정도로 역사의식이 있었으며, 우리 아버지를 친아버지라 여겼던 사람이다.

 

오전 열시, 염이 시작되었다. 한때는 나의 우주였던 아버지가 내일이면 한 줌의 먼지가 될 것이라는 슬픔으로 눈물을 터트리려는 순간, 나보다 먼저 울음을 터트린 것은 학수였고, 그 뒤에 작은 아버지가 모습을 보였다. 드디어 작은 아버지가 하나 남은 제 혈육의 죽음에 참석을 한 것이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빨갱이 딸이라는 낙인이 되어 반내골을 떠나고 싶었고, 대학시절 사랑했던 사람과의 결혼식 전날 파혼까지 당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작가와 속지

파란만장한 빨갱이의 연좌제는 언제부턴가 없어졌지만, 그 시절을 보낸 당사자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 했을지는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다. '죽으면 썩어 문 드러 질 몸뚱이 암 디나 뿌리 삐라~~"

아버지의 인연이 있는 여기저기에 유골을 뿌리며, 죽어서라도 자유롭게 살길 바라는 딸의 마음이 느껴지며 난 눈물이 났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없어져야 할, 이 빨갱이의 상흔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도구로 쓰여지고 있다.

정말이지 없어져야 할 우리의 아픈 역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며, 빨치산도 빨갱이도 아닌 나의 아버지는 이제 '해.방.'이 되었다고 외치고 싶다.

 

아버지의 십팔번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 라는 말을 한번 되뇌어 보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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