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책리뷰> 정민 선생이 들려주는 「 한시 이야기 」

유효삶 2025. 1. 7.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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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선생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한시>라는 것이 어렵다거나 까다로운 것이 아닌

아주 재밌는 분야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자신의 아이인 벼리에게 말을 하듯... 프롤로그를 시작하는 형식이 아주 다정한 느낌이 든다.


우리가 학창 시절에 배웠던 고전들도 나에겐 굉장히 난해했던 기억이 있다.
주로 한시에 대한 부분이 많은데 한문으로 이루어진 시이기에 더더욱 해석하기가 힘들었다,

원래, '시'란 존재는 함축적 의미가 많아 그러지 않아도 어려운 분야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한자는 우리 한글과는 다르게 뜻글자이기에 그 속에 들어가 있는 의미를 해석하기도 힘든 데다가

깊숙한 지은이의 마음까지 헤아려야 하니 참으로 버거운 놈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건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에 대한 위대함과 감사함이다.

 

 

이 책에서도 많은 한시가 소개되고 있다.
정민 선생은 어떻게 그 시를 이해해야 하는 건지...

또는 어떻게 해석하고 앞뒤 문장을 연결해서 전체적인 뜻을 헤아려야 하는지를 아들인 벼리에게 알려주는 형식으로 독자들의 안내를 도와준다.

 

<무덤에 제사 지내는 노래>
                               조선 중기의 이달

흰둥개가 앞서 가고 누렁이가 따라가는
들밭 풀가에는 무덤들이 늘어섰네.
제사 마친 할아버지는 밭두둑 길에서
저물녘에 손주의 부축받고 취해서 돌아온다.

 

 

겉으로 드러나는 위 시의 풍경은 할아버지와 함께 제사를 지내고 돌아오는 손자와의 다정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리가 없는 한시의 내막으로 들어가 보면...

 

 

왜 아버지와 함께 성묘를 다녀오지 않고 할아버지일까?

산소가 산에 있지 않고 밭두둑가에 있는 이유는 뭘까?

할아버지는 술이 취해서 왜 저녁에나 산에서 내려오고 있을까? 등등

 

 

이 시의 지은이인 이달이라는 사람은 임진왜란을 직접 체험한 사람이다.

이런 정보를 들고 다시 읽어 보면 드러나는 것이 다가 아닌 품은 뜻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 편의 시를 별생각 없이 읽었을 때와 완전히 다른 해석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

한시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많은 한시가 소개되어 있고 그 시를 이해하는 방법이라든지 한자의 획 하나에 의해서도 의미가 달라지는 놀라움에 대해서 이 책은 소개하고 있다.

읽고 있으면 아주 쉽고 재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책이다. 

 

 

다시 이 책이 끝나는 마지막에도 정민 선생은 벼리에게 말을 전한다.

한시가 너무 어려웠냐고...?

한시를 가시덤불 길로 비유를 하며...

하지만 가시덤불 길을 헤치고 나면 향기로운 꽃과 새들이 노래하는 오솔길을 만날 수 있을 거란 한시의

희망을 이야기해 준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화하니 옛것을 소홀히 하거나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이 요즘의 세태라고 하지만,

좋다거나 나쁘다는 차원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식과 정보는 빠른 게 좋을 수 있어도, 삶의 지혜는 꼭 그렇지마는 아니라는 걸 정민선생은 말해 주고 있다.

 

 

화담 서경덕 선생의 일화를 소개해 보면...

맹인이 20년 만에 눈을 떴는데 갑자기 세상이 밝아졌지만 집을 찾아갈 수 없어서 울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화담 선생은 도로 네 눈을 감고 집을 찾아가라는 진리를 가르쳐 주셨다.

 

 

많은 정보와 기술의 발달이 우리 사회를 빠르고 편하게 만들어 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 내 집을 잃어버리지 않고 찾을 수 있는 것,

이런 모든 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한시를 통해 배울 수 있는 힘을 얻자는 가르침이 있었다.

 

 

마음의 곳간이 비워질 즈음 한번 정도 읽어보면 좋을 만한 <정민선생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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