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책리뷰> 양귀자의 장편 소설 「 모순 」

유효삶 2025. 1. 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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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초판...? 놀라운 사실이다.

늘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머릿속에 모아 놓았던 책.

이제야 읽게 된 책 <모순>.

그런데 25년이 넘은 책이라니...

 

 

 

 

작가 양귀자를 생각하면 나에게 항상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그것은 <천년의 사랑>이다.

시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

영화까지 만들어지며 일상의 사랑을 천년의 사랑으로 비유하며 우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던 작품이다.

나는 사랑에 대한 애절함을 가슴 가득 채우고 싶을 때면 한 번씩 꺼내보며 따뜻한 가슴을 만들곤 했던 책이다.

 

 

그런 내가 아주 오랜만에 양귀자의 <모순>을 읽게 되었다.

뚜렷한 반전이라고 할 것 같진 않지만

다 읽고 난 후, 내가 느낀 감정은 대단한 반전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추리 소설도 아닌데 반전이라니 할 사람도 있겠지만,

삶의 각도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대한 반전이랄까?

 

 

소설은 안진진 이라는 25살 난 여성의 삶을 그리고 있다. 

 

한 번도 무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며 살아보지 않은 그녀가 

어느 날 아침,  '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라는 외침을 하게 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그녀에게는 시장에서 양말과 내복을 팔며 생계를 유지해 가는 억척스러운 엄마와 술만 먹으면 폭행을 일삼는 아버지, 그리고 조폭의 보스가 꿈인 남동생이 가족이다.

 

 

자~~! 그럼... 

제목 <모순>이 어느 대목인지  찾아보는 재미도 한몫하는 소설이란 것을 밝히며...

 

 

 

아버지는 술로 인한 폭행이 이어지지만 술이 깨고 나면 한없이 다정한 아빠이다.

해 질 무렵이면 한번씩 귀가하는 아버지가 안진진이 스무 살이 되던 해부터는 아예 행방불명이 되어 버렸다.

아버지의 이중적인 모습이지만 아빠를 미워하지 않는 딸의 마음도 모순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모순이라고 할 수 있는 극명한 인물은 엄마와 일란성쌍둥이인 이모이다.

결혼 전 모든 것을 함께 한 쌍둥이지만 결혼부터 두 사람의 인생은 극과 극으로 치닫는다.

안진진 눈에 너무나도 부유하고 행복해 보이는 이모의 결혼 생활은 그저 부럽움의 대상이었다.

건축가이며 계획적인 이모부를 <심심하다>는 이모의 표현으로 지루한 결혼생활이라는 것을 반증하지만,

겉으로 비치는 이모의 삶은 늘 넉넉하고 고급진 생활이었다.

그에 반해 그녀의 어머니는 늘 생활고에 찌들어 있었고, 삶을 개척해 내느라 억척스럽고 너무나 서민적인 삶에 대표적 인물로 묘사된다.

 

 

 

주인공 안진진에게 있어서 인생은 그저 되는대로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으로 느껴졌는데...

어느 날, 아침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부르짖은 말은...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안진진에게는 두 명의 남자가 있다.

우울한 삶 앞에 그래도 행복의 부피를 늘려줄 수 있는 일은 결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며 두 남자를

곁에 두고 선택을 해야겠단 다짐을 한다.

 

김장우라는 남자는 사진작가로서 순수하지만 가난한 남자이다.

왠지 모르게 안진진의 마음은 늘 그 방향을 타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만큼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남자는 나상규라는 직장인.

늘 계획적이고 빈틈없는... 그래서 안진진에게 물질적 평안을 가져다주는 남자였다.

데이트 또한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걸 모험하기보다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기 위한 최대의 노력을 하는 남자.

그녀는 자신에게 힘든 일 그리고 집안의 수치스러운 일조차도 나상규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털어버리게 되는 대상이다.

 

 

25년을 살아오면서 그녀에게 비쳤던 주변 사람들의 인생은 양면성이다.

한 사람이 가진 성격에서부터 사람과 사람의  영역까지 모든 것은 모순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토록 아름답게 느껴졌던 이모의 삶조차도 이모 자신의 만족스러움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에서 조금은 허탈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누가 뭐래도 인생은 주관적이고 자신의 만족과 행복이 제일이라는 생각.

 

모순일 수 있는... 안진진 엄마의 삶은 억척스럽지만 늘 자신의 일이 존재하고 그때마다 해결하고 대처해 가는, 결코 객관적인 입장에서는 행복해 보이지 않아 보일 수 있는. 

무엇이 맞고 틀리고가 아닌 받아들임의 철학적 의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모순> 속 인물들의 섬세함은 어느 작품보다 뛰어나다.

담백하게 잘 그려내고 있기에 소설을 읽는 내내 글을 대하는 독자 마음이 편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래서 25년이나 지난 <모순>이 아직도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는 증거일 것이다.

허긴, <모순>뿐만 아니라 양귀자님의  많은 작품들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 중의 하나이다.

 

 

 

모순 속에서 우리의  삶은 계속되고...

우리의 정신과 육체는 상처를 입고...

그렇게 실수를 되풀이한다는 주인공의 말처럼...

오늘도 우리가 또 살아가는 이유이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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