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서평> 양귀자의 장편소설 「천년의 사랑」

유효삶 2022. 11. 1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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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에 나온 소설 <천년의 사랑>,  얼마나 놀랍고 애절하던지...

이십여 년이 지난 소설이지만 이 책에 대해서 나의 느낌을 쓰고 싶었다.

 

 

 

 

책 표지와 작가

 

 

 

 

내 나이 이십 대의 시절, 난 이 소설을 읽고 정말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읽었었는데, 사랑이 이렇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서까지 애절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었다. 그러면서도 천년의 사랑 가운데 한 번쯤은 존재해 보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서평을 시작해 보려 한다.
이 소설은 상, 하 두 편으로 되어 있다

 

 

천년의 사랑은 오인희와 성하상이라는 남자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이다. 이 소설에서 성하상이 '나'라는

일인칭 시점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오인희는 백화점 홍보팀의 베테랑이다. 그녀는 고아였고, 보육원에 생후 2개월쯤 버려졌다.

 

 

 

 

성하상이라는 남자는 미루라는 개와 함께 노루봉에서 살고 있다.

그는 인희를 만나기 전부터 계속 한 여자가 떠올랐다가 사라지곤 하는 기이한 현상을 접하던 차에,

인희를 보게 되었다.

여름휴가를 맞아 강원도 이곳저곳을 다니던 인희를 성하상은 첫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성하상은 인희가 열이 나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도,

인희가 건우라는 남자와의 사랑에서 아픔을 느낄 때에도

공간이 다른 노루봉에서 성하상은 인희의 아픔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인희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오래된 인연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인희가 생활하고 있는 그곳에서의 아픔을 이곳 노루봉에서 얼마나 안타까워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성하상은 미루와 함께 노루봉을 누비며, 인희에게 좋은 약초를 구하러 다닌다.

늘 자신의 일상을 전하고 인희를 생각하는 마음이 점점 강하게 느껴지고 있음을 편지로 표현하며 자신에게 올 것을 이야기한다.

 

 

 

 

정말 이런 사랑이 있을까...?

천년을 뛰어넘는 사랑이.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소재에 도술 같은 표현 자체가 저급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지만,

<천년의 사랑>에서는 그것조차도 애절한 사랑으로 느껴지는 건 아마도,

독자로 하여금 시. 공을 초월한 천년의 사랑이 진실로 존재하는 것처럼 써 내려가는

작가의 글 솜씨가 뛰어나서 일 것이다.

 

 

 

 

어릴 때는 버려진 아이로, 현재는 진우에게서 버림받은 사랑으로 인희를 몰아가지만,

그럴수록 인희와 성하상의 만남을 기다리는 독자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결국, 지쳐버린 인희는 진우의 아이를 가진 채 모든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노루봉으로 돌아온다.

 

 

 

 

성하상이라는 남자의 품에 안겨 잠시 행복을 맛보았지만,

늘 고열에 의한 병을 안고 살아왔던 그녀였기에, 출산의 장애가 더해진 인희는 성하상과의 천년 전 수하치와

아힘사의 사랑을 믿는다는 말을 남기고 죽음을 맞이한다.

 

 

 

 

이 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오인희와 성하상의 직접적인 사랑을 그리기보다는,

인희의 현재 삶과 현실의 남자인 김진우와의 사랑, 그리고 주변 인물에 의해서 고아라는 상처로 연민을 받는 인희의 아픈 인생을 주로 다루고 있다.

조금은 답답 힐 수도 있는 상황이 계속되지만,

그런 인희를 느끼며 노루봉에서 보내오는 성하상의 편지글은,

독자들로 하여감 더더욱 두사람의 절실함으로 이끌려 들어 간다.

 

 

 

 

결국, 천 년 전 수하치와 아힘사의 만남이 이루어지지만, 

현생에서의 사랑은 그들을 평탄하게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다시 이별을 해야만 하는 상황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조금은 가혹하다고까지 느껴져 화가 났다.

어쩌면 계속해서 둘의 만남을 지연시켰던 것은

이들의 영원한 이별을 예고한 복선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남기고 간 또 다른 작은 분신 인희와의 사랑은 영원하리라 생각하며

성하상, 미루, 작은 인희의 행복을 빌어본다.

 

 

 

 

작은 인희와의 행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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