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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책 리뷰>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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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광주의 아픔이기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무장하고

소설을 시작했음에도 보는 내내 가슴이 시렸다.

 
 
 

 
 
 
 
작가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우리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오는 작가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채식주의자>를 읽고 한강이라는 작가를 한때 멀리했던 기억이 난다.
소설 자체가 이해하기 힘든, 난해하기까지 한...
끝까지 읽긴 했지만 쉽게 말해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우리 큰딸이 <소년이 온다>를 추천해 줬고 작가를 보는 순간 훅 ~~ 당기진 않았지만,
오래된 이야기이고 선입견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한강의 작품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18 광주 사태를 소재로 쓴 책이다.
한국 근, 현대사 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아프고 힘든 이야기라  책을 펼쳐놓고도 다시 한번 갈등이 일어나기도 했다는 것을 밝힌다.
왠지 내가 살고 있는 동시대의 끔찍한  이야기는 먼 역사 속 이야기처럼 치부되어 생각되기보다는 섬찟하고 무서울 정도의 몸서리가 쳐진다.
 
 
작가가 이 사태를 풀어가기 위한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은 시점의 전환들이다.
작가가 바라보는 형식으로 주로 2인칭 시점으로, 인물들의 생각과 사건 그리고 주변상황을 그려나가고 있다.
 

6개의 챕터 안에 인물중심으로 써 내려가는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로 꾸려져 있으며, <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격인 동호의 이야기가 첫 번째와 마지막을 이루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마지막장은 동호 엄마의 회한과 현재도 진행 중인 동호 가족의 아픔을 열거하고 있다.
 
 
실상, 일곱 번째로도 볼 수 있는 에필로그는 작가가 유년시절 광주에서 살던 집에서 어른들이 소곤소곤 이야기하던 5.18 사태에 대한 전쟁 같은 두려움을 들으며 성장했고,
어른이 된 어느 날부터인가 진상을 파헤쳐야겠다는 결심과 팩트를 기반으로 한 소설을 써야겠다는 사명감에 가까운 결심에 대해서 <소년이 온다> 소설의 한 챕터인 양 곁들여 있다.


지금도 광주에서는 그들의 부모형제, 친구, 그리고 이웃들이 진실규명이라는 구호아래 아픔을 호소하고 있으며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작가 시점으로 2,3 인칭을 넘나드는 소설의 형태가 편하게 읽히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좀 더 강한 충격을 주기 위한  기법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작가의 깊은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뭔지 모르게 처음보다는 쉽게 읽히는 느낌이었다.
 
 
처음 열거한 것처럼 한강의 책을 많이 접해본 건 아니지만,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등장인물의
깊숙한  표현방법이 담백한 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좀 어지러운 느낌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특이했던 점은 대화나 혼잣말 등 따옴표를 써야 하는 부분처리를 글자체를 누여 쓰는 방법으로 대체했다는 점이다.
이 모든 시도는  5.18 사태로 희생된 분들과 위로받을 분들에 대한 엄숙함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요인들이 <소년이 온다>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호불호가 존재하리란 생각이다.
하지만, 문학에 대한 다양성과 시도라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 또한 사실이다.


어린 자식을 가슴에 묻고 평생을 살아가고 있는 동호 엄마의 마지막 이야기는 회한... 후회...
하지만, 엄마는 체념... 그리고 현실을 바라보는 현명함이 존재한다.
엄마는 늘 마음이 시리다.
더운 여름에도 뜨거운 아스팔트 길을 맨발로 걸으며 따뜻해서 좋다는 동호 엄마의 말이 너무나도 아프다.
시린 가슴을 데우기 위한 여름날의 검정 아스팔트 길이 너무 서늘하게 다가와 눈물이 절로 떨어지는 장면이다.
 

차마 읽기 힘든 대목은 구타와 고문에 대한 이야기이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성적 구타와 고문은 빨리 넘기고 싶은 페이지였고, 그 장면을 볼 수 없어서 눈을 가리는 영화처럼 이 부분 또한 후딱 읽어버리는 대목으로 마구마구 넘겨졌다.  
전쟁도 아닌데... 정말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저지른 행동이 맞는건지...!! 
 
 
<소년이 온다> 책의 모든 페이지를 넘긴 오늘, 아무래도 뭔가에 홀린 듯 기분이 꿀꿀하다.
이상하리만큼 가라앉는 나를 발견한다.
처음 책을 시작할 때의 갈등은 아마도 이런 기분을 염려해서일 것이다.
 
 
2013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아직도 5.18에 대한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의 증언이나 회고를 들으면서  "세상에 ~~! 정말 이런 일이..."
라며 경악할 따름이다.
우리는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모든 것이 분명해지는 그날까지 지켜보고 또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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