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나를 사랑할 것인가? "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물로 대미를 장식한 <다산의 마지막 질문>은 정말이지 뭉클함 그 자체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조금은 뒤죽박죽으로 읽어 내려간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였지만, 마침표는 제대로 질문으로 끝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습관을 읽고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에 매료되었는데, 공부를 두 번째 읽고는 좀 실망감을 가졌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나온 <다산의 마지막 질문>은 정말이지 늘 옆에 놓고 읽고 싶은 또 하나의 책으로 여겨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윤제 작가가 다산을 표현하고자 하는 솜씨가 엄청나게 폭발력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래서인지 난 마지막 시리즈 중에서 <다산의 마지막 질문>을 최고로 치고 싶다.
다산의 마지막 공부에서는 <심경>을 다산의 마지막 습관에서는 <소학>을 오늘날에 맞게 재해석한 느낌이 좋았다면, 마지막 질문에서는 동양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논어>를 다루고 있다.
나이 오십이면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게 될 줄 알았다는 다산은, 쉰 하나에 다시 <논어>를 펴게 되었고,
삶과 죽음의 질문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질문은 사람이다.
사람을 깨닫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알아야 한다.
나를 깨달아 가는 과정은, 나를 사랑하는데서부터 시작이며, 다산의 인생에서 마지막 질문을 찾았다.
그것은
"어떻게 나를 사랑할 것인가?"
<다산의 마지막 질문>의 시작은 세상을 살아가는 기준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다.
그것은 옳은 것과 그른 것, 이익과 손해라는 기준에서 확률을 만든다는 것이다.
확률적인 데이터를 만들어 보자면,
옳은 것, 이익되는 것
옳은 것, 손해 되는 것
그른 것, 이익되는 것
그른 것, 손해 되는 것
이 중에서 가장 큰 등급은 옳은 것을 지켜서 이익을 얻는 것이다.
반면에 가장 낮은 등급은 나쁜 것을 쫓아서 손해를 보는 것이다.
우리 자신은 어디쯤에서 주춤거리고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다산의 끝없는 귀양살이는 끊임없는 흔들림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자신에게 던졌을 질문들의 기준은 아마도 옳은 것을 지켜내려는 그래서 스스로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을 선택했을 것이고, 그런 마음을 지켜내려는 힘의 원천은 <논어>라는 그 샘물에서 끊임없이
퍼 날랐다고 말하고 있다.
<논어>는 이천 오백여 년 전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했던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세상 사는 이치나 교육, 문화, 정치 등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 써 놓은 책이다.
제자의 물음에 공자가 답한 것, 공장의 혼잣말, 또는 제자들끼리 하던 이야기나 당대의 정치가나 마을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 등 많은 사람들의 토론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어서 책 제목 또한 <논어>라고 한다.
<논어>는 동양고전 중에서도 글이 매우 간략하고 함축적이며 구어체의 문투가 그대로 살아 있다.
지금까지 <논어>와 관련된 책은 3천여 권이나 발간되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작으로 뽑히는 것은 단연 정약용의 <논어 고금주>이다.
다산의 독자적인 해석이 잘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뽑히고 있다.
오십이 되어 험난한 귀양살이에 살아낼 힘을 주었던 <논어>의 첫 장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이다.
배우고 익히면 얼마나 즐겁냐 라는 말이다.
글쎄... 현대인들에게 있어 배우고 익히는 공부가 공자가 말하듯,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은 일일 텐데...
다산은 우리가 지겨워하는 공부에 대해서 즐겁지 않은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고 했다.
다산이 말하는 공부는 지금의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에 반해 <논어>의 마지막은 "하학이상달"이다.
진정한 공부란 높은 이상을 가져야 하지만, 그 시작은 일상의 충실함에서 비롯된다라는 말이다.
그래서 다산은 매일 새벽마다 마당을 쓸며 자신을 찾았다는 행동학적 측면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는 감히 깨달을 수 없는 경지.
18년이라는 귀양생활에서 흐트러지려는 자신의 심정을 <소학>과 <심경> 그리고 <논어>라는 책에서 다잡을 수 있었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기본으로 근본으로 끊임없이 돌아갔던 것이다.
그래서 다산은 매일 새벽마다 마당을 쓸며 자신을 찾았고. 복숭아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날 정도로 집필에 매진하여 결국 <여유당전서>라는 위대한 업적을 일구어 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인의 길 또한 이런 것이 아니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수없이 흔들어 대는 현실과 갈등 속에서 자신의 길을 올곧게 가려는
다산의 마지막 공부와 습관과 질문에서 보여주는 삶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산은 위대한 성인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학자보다 훨씬 뛰어넘는
위대한 성인임에 틀림이 없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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