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책리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장편 소설 「설국」

유효삶 2025. 1. 1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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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잘 알지 못하는 작가였다. 고전 작가로서 이미 타계한 분이기에 더더욱 그러하겠지만...

작품 또한 고전으로만 취급하고 그다지 관심 갖지 않고 있다가, 작은 딸내미가 침이 마르도록 과찬의

입김을 불어넣기에 너무나 궁금해서 읽게 된 작품이다.
 

 

 

 

<설국>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모습 그대로 많은 눈으로 뒤덮인 아름다움이 펼쳐지는 공간적 배경으로

일본 니카타 지역의 설경을 여과 없이 그림처럼 그려내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겨울 풍경이 그대로 삽화되는 느낌을 받았다면 억지일까?
 
 
이 소설의 주인공 시마무라는 무용 연구가이자 비평가 또는 프랑스 문학을 번역하는 등

1930년대의 시대적 배경으로 보아서는 엘리트라고 볼 수 있는 그런 인물이다.
그는 물려 받은 재산이 많아서 가족을 두고 혼자서 여행을 즐기는 아주 낙천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그래서 예술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
 
 
시마무라가 눈의 고장으로 유명한 니가타현을 여행하는 기차 안에서 만난 요코라는 여자를 눈여겨보게

된다.  기차안에서 바라보는 창문의 김서림이라든지 창문 밖 사람들의 옷차림 그리고 설경을 묘사해 가는

과정은 참으로 정겨운 겨울 풍경이다.
 

국경의 긴 터널은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소설의 첫 문장부터 설경을 예고하는 아주 간결한 문체가 나를 확 끌어당겼다.
설경의 아름다움이 눈앞에 펼쳐지듯 흥분도 살짝 들었음을 밝히고 싶다. 

그런데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었다.

 

 

이 첫 문장은 일본 근대 문학 전 작품을 통틀어 보기 드문 명문장으로 손꼽힌다고

이 책의 뒷장 작품 해설집에 쓰여 있는 것을 보았다.

참, 별 표현 아닌 듯 보이는 이 문구가 소설을 흡입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놀라웠다. 
 
 
일본에서 눈이 많은 지방의 주업은 온천관광일 것이다.
차가움과 따뜻함이 어우러지는 겨울온천 풍경은 말만으로도 휴식과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눈이 너무 많이 오면 기차마저도 다닐 수 없는 고요하고 한적한 온천마을에 시마무라는 몇 년 동안 게이샤로

일하는 고마코에게 이끌려 오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설국이 펼쳐질 때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야성적이고 발랄함이 가득한 고마코의 향수에 이끌리어 오게 되는

기차 안에서 고마코와는 반대 이미지를 가진 요코라는 여자를 보고 약간의 설레임을 갖게 된다.

 

무위도식하며 살아가는 도쿄의 정통한 도시 남자인 시마무라에게

객창감을 느끼게 하는 고마코와 청순하고 순진한 느낌의 요코라는 여자사이에서 일어날 일.

시마무라만의 특별한 감정과 설국의 아름다움 그리고 온천 마을에서 살아가는 여인들의 삶.

 

 

니기타현 온천마을의 극한 아름다움과 세 사람이 각자의 삶에서 느끼는 감정 변화를 가와바타만의 간결하고 서정성이 넘치는 문체로 써 내려간 이 소설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고마코 춤 스승의 아들인 유키오라는 남자를 중심으로 서 있는 고마코와 요코.

병자인 유키오를 위해 간병을 자처한 요코와

한때, 유키오의 약혼자로 대두되었던 고마코.
물려받은 유산으로 무위도식하며 예술을 업으로 삼는 시마무라.
 
 
인생의 여정이 다른 세 사람의 삶과 사랑을 다룬 <설국>은 아마도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는 작가의 인생을 반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 부모, 누나, 조부모의 죽음을 겪고 혼자 남아버린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살아가는데 익숙해졌을 것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은 무척이나 철학적이고 예술적이었을 거란 생각이 작품을

통해 느끼는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과 등장인물들의 고뇌와 함께 이어지는 단순함이 이 소설에 심취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며 <설국>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해본다..

 

2025년 새해 겨울 <설국>과 함께 새로움을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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