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책리뷰> 정비석의 장편소설 「초한지」

유효삶 2025. 1. 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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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는 여러 번 읽어 보았어도 이상하게 <초한지>는 정주행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남편한테 말을 하니, 
중고서적으로 어느 날 배달이 되었다.
그래서 재미있게 읽게 된 책 <초한지>이다.
중국을 천하통일한 진나라에 대항하여 초나라의 유방과 항우가 중심이 되어 싸우고,
결국 한나라를 창건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의 작가 정비석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분이다.
이미 타계한 분이시지만, 많은 작품으로 아직도 우리 곁에 머물고 계신다.
 
 
<손자병법>. <삼국지> 또한, 이 분의 작품으로 존재한다.
 
 
처음 책을 접하게 되면 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뷔가 느껴지는데,
그것은 데자뷔가 아닌 <소설 손자병법>에서 느낀 문체와 접점이 있는 역사 속 주인공들의 열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한지>는 중국 역사상 너무나 유명한 진시황제의 진나라 말기부터 한나라가 만들어지는 초기까지의 중국 정세를 풀어낸 작품으로, 명나라 때 종산거사 견위가 쓴 <서한연의>가 그 원본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초한지> 명칭 자체도 고우영 화백이 최초로 사용했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 중국역사를 기반으로 한 작품 중에 삼국지 다음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인기 또한 많다고 한다.
 
 
어릴적에, 어른들이 보는 <초한지>는 만화로 소개된 것이나, 무협지 비슷한 취급을 당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고, 중국 드라마나 영화로 그 외모를 접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어른 니 되어서 <초한지>의 선입견은 무협지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 일거라는 생각이 강했다는 것을 먼저 밝히는 바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세상이 복잡해지고 삶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많은 유형의 사람들에게 대처하고,

자신의 삶을 평화롭게 작위적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역사의 영웅들을 만나보는 역사 소설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나라의 많은 역사소설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설은 고구려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뭉클하면서 뭔지 모를 자존감 같은 것이 높아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다음 기회에 포스팅을 해 보겠다는 다짐을 해보며... <소설 초한지>를 소개해본다.
 
 
<삼국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유비. 관우. 장비. 제갈공명 인 것처럼
<초한지>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은 유방과 항우이다.
물론, 한신. 소하. 장량. 범증. 번쾌와 같은 인물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의 시작은 진시황제를 만든 장사꾼 여불위 시대부터이다.
객줏집에서 만난 노인으로부터 세상에서 제일 이문이 나는 장사는 다름 아닌 '사람 장사'라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고심을 하기 시작한다.
 
 
여불위의 사람장사는 진나라에서 볼모로 잡혀온 자초 왕자로부터 시작이 된다.
 
 
후에, 자초의 아들인(사실, 여불위의 아들임) 진시황제가 천하통일을 이루게 되는데,
진시황제의 폭정이 심해지고 조정이 썩어가면서 민중들의 반란이 일어난다.
 
 
이에, 초나라 귀족이었던 항량과 조카 항우가 반란 세력으로 대두되고, 또 한편에서는 무술에 능하지만
벼슬에 욕심 없이 할 량으로 살고 있었던 유방이 새로운 인물로 대두된다.
 
 
항우 하면 역발산기개세의 영웅으로 용감함과 무술실력으로는 당대의 최고였지만, 성격이 급하고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큰 단점이었고,  진나라를 정벌해 가는 과정에서 많은 백성들을 죽이는 끔찍한 살생을 벌임으로써 세상의 인심을 얻지 못했다.
 
그에 반해, 유방은 항우만큼의 무술 실력은 아니었지만, 온화하고 포용력이 넓은 덕장으로 많은 백성들의

신망을 얻게 되었다. 또한 그에게는 장량이라는 지략가와 한신과 소하라는 중심 브레인이 있었기에 한나라를 창시하는 한고조 유방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항우는 귀족 출신의 아주 뛰어난 무장으로 누구와 겨뤄도 지지 않는 실력과 베포,
그를 따르는 뛰어난 무사와 범증과 같은 전략가가 있었음에도

결국, 한나라를 창건 한 사람은 항우가 아닌 평범한 유방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한 일이다.
 
 
항우 밑에 있었던 한신이란 무장은 범증이 알아본 최고의 무사이자 지략가였지만,

항우 자신은 그의 숨은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고 끝내 말단 관리로 존재하게 했다.

그에 반해 한신의 비범한 능력을 한눈에 알아보고

유방 아래 최고의 군대 우두머리로 둠으로서 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사람은 다름 아닌 장량이었다.
 
 
역사에서는 항상 권력자와 뜻을 함께 한 충신들이 목적을 달성한 후에 제거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초한지>의 마무리도 이처럼 최고의 군략가로 칭송받았던 한신 또한 유방의 아내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고, 소하 승상 또한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버리는 걸 보면서, 한나라를 세우는데 일등공신이었던 장량은
산으로 들어가 도를 닦으며 일생을 보내게 된다.

이처럼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가 싶었는데... 
 

 

정비석 작가는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라는 속담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유방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여황후의 한을 써 내려가며 대미를 장식한다.
그런데 그 내용이 어찌나 잔인한지 읽고 싶지 않은 거부감마저 들었다.

굳이,...

옥의 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마지막 소감이라는 것을 밝힌다.

 

역사 속 인물들의 번뜩임과 지혜를 배워봄으로써,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는 <초한지>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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