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서평> 김영하의 「작별 인사」내가 기계가 아니라 필멸의 존재임을 자각한다는 작가의 말.

유효삶 2022. 11. 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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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으로 유명한 김영하 작가. 그 외에도 히트 친 작품이 많은 작가지만, 산문집을 제외한 장편 소설로는 9년 만에 나온 작품이란다.


이 소설은 인간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기계들의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그렇다고 sf장르의 공상소설이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앞으로 올 미래 세상을 좀 더 극악스럽게 그렸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철이는 과학자인 아버지와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사는 아이다. 철이의 아버지는 휴먼 매터스 연구소에서 로봇을 만드는 일을 한다. 아버지는 철이 교육에 관심이 많았으며 한자라든지 독서 그리고 클래식 음악 등 다양한 홈스쿨링을 한다. 이 얘긴 철이가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며, 철이가 친구나 학교에 대해서 궁금증을 말하면 가끔 휴먼 매터스 연구소의 아이들과 견학 또는 체험 놀이를 하게 했다.
어느 날 검은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철이에게 뭔가를 대 보고는 로봇이라는 판명으로 데려가게 된다. 철이는 "나는 인간이에요~~" 라며 소리를 치지만, 그 남자들은 철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데려가면서부터 이 소설의 이야기는 전개된다.

인간로봇 즉,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면서 부서지고 버려지는 로봇들의 이야기, 정말 끔찍하도록 현실이 바탕이 되는 이야기라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단순히 인간의 일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정서, 지식, 감정적인 부분까지 인공지능이 담당을 하게 되면서부터 인간과 로봇은 서로의 영역싸움으로 번진다는 것이다. 철이가 끌려가서 만나게 된 민이라는 아이도 바로 그런 로봇이었다. 연예인을 닮은 예쁜 외모에 아기를 키우고 싶은 그러니까 인형처럼 사랑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로봇이라고 해야 하나... 아기를 키워보고 싶은 체험용 로봇으로 만들어진 또 다른 아기. 문제는 인간이 그 아기 로봇이 싫증 났을 때, 또는 다른 모습의 아기 로봇이 갖고 싶을 때 버려진다는 것이다. 동물조차도 애완동물에서 이제는 반려 동물이라는 달콤한 명칭까지 붙여진 이래, 유기 동물들이 생기는 일조차도 손가락질을 받는 현실에서 인간의 모습을 한 아니, 인간과 똑같은 인공지능을 학대하고 버린다는 건 상상이나 할 수 있는 건지!? 너무나 끔찍한 세상이다! 철이가 만난 선이라는 아이는 인간이었다. 그곳에 있을 이유가 없는 인간의 모습이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녀 또한 감금된 상태였고, 그곳 안에서 휴머노이드를 상대로 돌을 벌며 영리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다. 선이의 부 축적의 목적은 그곳에서 만나 민이를 정상적인 모습으로 복구시키고자 하는 헌신적인 사랑이었다. 로봇의 모습을 한 인간,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 도대체 이런 세계는 무엇을 말함인가...? 인간의 고도화된 지식을 앞세워 대체 로봇을 만들고, 그 대체 로봇은 다시 인간을 정복하려는 야욕을 부리고... 앞서 소개한 철이의 친구인 선이 또한 휴머노이드는 아니지만 인간이 영원히 살고자 하는 욕망이 빚어낸 대체품이었다. 몇 년 전에 상영되었던 영화 <겟 아웃>에서 보여준, 인간을 위한 또 다른 인간의 대체품에 대한 이야기인 것처럼, 선이는 그것을 목적으로 배아된 복제 인간이었던 것이다. 모든 이야기의 모티브는 결국,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옛날 진시황제도 영원히 살고자 하는 욕심으로 불로초를 찾아 일생을 바쳤다고 하지 않는가! 세상에 그런 것은 없다 라고 외치고 싶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그때와 달라진 건 바로 과학의 힘이다. 과학이 어디까지 인간의 질서에 끼어들지 모르는 일이지만, 제발 이런 현실은 도래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빌어본다. 김영하 작가는 이 소설의 제목을 끝까지 고심했다는 말을 한다. 무심히 들었던 말이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작가 자신도 기계화의 섬찟함에 작별인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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