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의 천재 중에 한 분인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엄밀히 말해서, 이야기의 시점은 정학유 즉 다산의 둘째 아들이 바라보는 입장에서 써 내려가는 이야기이다.
다산 정약용은 우리가 다 아는 것처럼 조선 후기 정조시대의 학자이다. 인생에서 가장 활발한 나이에 18년간 유배 생활을 했다. 그렇지만 유배생활을 하면서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실리를 앞세우며 백성들을 위한 방대한 책을 저술한 위대한 사람이다. 「목민심서」, 「흠흠신서」「경세유표」와 같은 농업 , 사회 경제, 사상 등을 다룬 책으로 후대들의 머리에 각인된 책들로 유명하지만, 유배 생활 동안 두 아들과 소통했던 편지 글이나 부인 또는 시집간 딸을 위하여 쓴 시화집 등도 정약용의 가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으로 소개되어 있다. 그중에서 「다산의 아버님께」는 정약용이 처음 유배를 떠날 때, 16세의 시절로 어리고 결혼하기 전의 학유가, 성인이 되어서 강진의 다산에 유배되어 있는 아버님을 찾아뵈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16세의 학연은 유배 가던 아버님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억울하고 화가 나기만 했던 어린 학연이었기에... 7년 만에 아버님을 뵈러 떠나는 마음은 그저 떨리기만 했다.
정약용은 정조가 너무나 아끼던 신하였다. 당시는 남인과 소론이 싸움을 하고 있던 시대였고, 정조는 자신의 세력을 만들기 위해 적자 서자 할 것 없이 능력 있는 젊은이들을 규장각에 입성시키고 있었다. 정조의 충직한 정약용은 굳이 따지자면 남인이었고, 너무나 시대를 앞서가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정약용에게 딱 하나의 결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서학이었다. 그 당시 중국 문명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학문에 관심을 가졌던 남인들의 열풍이라고 해야 하나! 이것이 정조로 하여금 정약용을 지킬 수 없는 약점이 되어버린 것이다. 정약용의 집안은 거의 모두가 천주학을 믿는 사람들이었고 집안은 점점 무너져 가기 시작했다. 두 번의 유배 생활중, 마지막으로 가장 오래 머물렀던 전라도 강진의 유배지에서 정약용은 자신의 비참한 현실에 낙심하지 않고 언젠가 백성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또는 후손에게 지침이 될만한 내용들을 정리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도 함께 해 나가기 시작했다.
유배지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이때에, 여리고 학문에 도움을 주지 못한 둘째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아버지는 다산으로 내려오라는 기별을 보낸다. 학연이 아버지를 뵈러 가면서 그동안의 힘들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이젠 도움이 될만한 자식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산에 내려온다. 아버지를 뵙자 너무 푸근하고 편안함을 느끼며 그곳에서의 아버지 제자들과 함께 지내며 학문에 열의를 보인다. 하지만 학연은 양수리 본가의 살림이 점점 걱정이 되었고, 더 이상 형님에게만 맡길 수가 없어서 2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사실, 학유형 혼자 집안 살림을 책임진다는 것이 힘에 버거웠으며, 어떻게 해서든 먹고사는 문제가 그들 형제를 늘 괴롭혔다. 아버지는 학문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늘 당부를 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집안의 어머니로부터 형님 형수님 자신의 부인에 이르기까지 아버님의 해배를 위하여 노심초사했지만, 정조 대왕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당시 소론파들의 절대적인 반대로 아버지의 해배는 그리 쉽게 오질 않았다. 아버지는 늘 편지글에서 선비의 자세를 잃지 말 것을, 학업에 열중할 것을, 집안 어른들을 잘 살필 것을... 등 많은 것을 당부했고, 특히 자신의 유배지에서 하는 모든 작업은 미래에 학연과 학유가 마무리 지어야 함을 강조하며, 지식이 쌓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과, 자신이 헛되지 않은 일을 하고 있음을 너희들이 학문으로서 증명해 주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씀을 했다. 드디어, 아버지는 1818년 학유의 나이 33세에 강진에서의 유배생활이 해배되어 양수리 고향으로 올라오게 된다.
학유의 마음은 늘 아버지의 빈자리를 그리워했고, 소론이든 남인이든 아버지의 해배에 무척 과격하게 반응하는 정치싸움에 대해서 야속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자신의 학문을 정립하는데 최선을 다하던 중, 학유는 아버지의 부재와 맞물려 젊은 부인을 먼저 떠나보내는 슬픔을 겪게 된다.
이 책의 중간중간 아버지의 편지글이 소개되는데, 아버지로서 학자로서 자식을 걱정하는 진정한 마음이 배어 있어 독자로 하여금 울컥하게 만드는 대목들이 요소요소에 자리 잡고 있다. 읽기도 편하고 내용도 풍부하여 한번쯤 가장으로서의 정약용을 만나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길 권해 보며 리뷰를 마친다.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진명의 「고구려」에 대하여. (13) | 2022.12.04 |
---|---|
<서평> 웬디우드의 Habit. 습관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43%가 지배당한다. (11) | 2022.12.02 |
<서평> 김영하의 「작별 인사」내가 기계가 아니라 필멸의 존재임을 자각한다는 작가의 말. (13) | 2022.11.17 |
<서평> 이도우의 장편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10) | 2022.11.14 |
<서평> 빵 장수 야곱 (8) | 2022.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