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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서평> 히가시노 게이고의 「라플라스의 마녀」황하 수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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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히가시노를 잘 모르던 때에 어느 사서 선생님이 추천해 준 책이 바로 <라플라스의 마녀>이다. 그 뒤로 히가시노 책을 찾아가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11 문자 살인 사건 이후로 흥미를 좀 잃었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히가시노 작품은 정말 뛰어나고 기발한 작품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관심의 중심은 독자의 흥미이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 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하며...

표지


히가시노는 처음부터 전문적인 작가가 아니었다.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평소에 소설을 조금씩 쓰던 것이 계기가 되어 마침내 전문적인 소설가로 입성하게 되었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2015년 히가시노의 데뷔 30주년을 맞이하여 나온 특별한 작품이다. 사건의 복잡함과 인물들의 엉킴, 또한 물리, 수리와 같은 과학의 작용으로 실패로 보는 독자들도 있었지만, 난 그 자체가 더 스릴 있고 흥미로웠다. 모든 것에 호불호는 존재하니,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고 느끼길 바랄 뿐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토네이도로 목숨을 잃은 마도카의 엄마와 겨우 살아난 마도카의 이야기에서 시작이 된다. 온천의 나라인 일본에서 있을 법한 유황의 독소인 황화수소 물질이 인간의 목숨까지 빼앗아 간 사실에서 그것이 자연계의 순리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개입한 타살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나카오카의 수사와 교수인 아오에와의 협업으로 사건을 좁혀 가기 시작한다. 마도카의 아버지는 뇌신경외과에서 독보적인 능력을 인정받은 유명한 의사이다. 이 소설의 제목에서 풍기는 라플라스는 물리, 수리적 과학의 한 이론이다. 이것은 세상의 기본을 원자로 보며, 현재의 위치와 운동량을 파악한다면 현재 또는 미래까지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으로서, 일본의 과학부는 비밀리에 인간의 뇌에 인공지능을 심음으로서 라플라스의 이론을 성공시키기 위한 계획과 실천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인공지능의 주인공은 8년 전에 일어난 가족사의 비극에서 유일하게 살아난 아들 겐토라는 아이였고, 그와 우연하게 인연이 닿았던 마도카 또한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자연계의 현상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겐토의 말을 듣고 스스로 라플라스의 마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겐토의 뇌에는 물리적 인공지능 외에도 아버지로부터 받은 독특한 유전자의 이상 성질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핵심이 되었다.

8년이 흐른 지금, 두 곳의 온천에서 일어난 황화수소에 의한 사건의 중심에 겐토와 관련된 것으로 추측되는 일들이 벌어졌고, 이를 처음부터 의심한 마도카의 추적에서 이 사건의 전말은 차츰 밝혀지게 된다. 자연계의 우악스러운 힘에 의한 가족의 죽음, 그리고 예측이 가능한 인공지능의 신이 되어버린 마도카와 겐토의 교집합 속에서 살인 사건은 많은 등장인물의 얽힘과 과학의 힘 그리고 유전자에 의한 서스펜스적 추리가 펼쳐진다. 많은 갈래의 사건 추리는 결국 가족사의 복수극이라는 결말로 이 이야기의 막은 내려진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떠한 것보다 큰 위력은 천재지변이다.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인간 앞에 과학의 힘이라는 것은,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여 천재지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내는 것일 텐데... 이 소설에서는 그의 대비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라플라스의 법칙이었다. 지구상의 과학자들이 풀지 못한 난제를 가리켜 세계 7대 난제라고 하는데, 그 풀지 못한 것 중에 하나인 나비 스토크스 방정식을 차용해 히가시노는 소설의 모티브로 삼아 독자를 추리의 극한 상황까지 내몰리게 하며 희열을 느끼게 한다. 난해한 과학의 원리와 인간 고유의 유전자 변질, 이것을 어떻게 히가시노는 가족의 복수극이라는 이야기로 엮어 나갔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천재 이야기꾼임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애와 과학이 결부된 이 방대한 소설을 서평 하자니 좀 어려운 감이 있다. 사실, 말로 하자면 그리 복잡할 것도 아닐 텐데... 어쩌면 남의 서평보다는 직접 읽어봄으로써 난해함을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리란 생각을 해보며, 히가시노의 30주년 특별작 <라플라스의 마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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