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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책리뷰> J.M. 바스콘셀로스의「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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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나에게 제제의 슬픔은 어떤 것일까?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1969년 브라질에서 출판된 책이다.
바스콘셀로스의 자서전적인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브라질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영광을 얻었고, 영화화되는 등 많은 인기를 끌어 19개국 32개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978년 발간되었지만 처음에는 호응을 받지 못하다가, 1980년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속편으로 10대 때의 제제를 그린 <햇빛사냥>과 20대의 청년기를 그린 <광란자>가 있다. 작가 자신의 실제 체험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 하니 죽~ 읽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나도 아직 접해보지 않았지만 이번 기회로 읽어볼 계획이다.
 
 
 
얼마 만에 또다시 보는 책인지 모르겠다.
처음, 이 책은 나의 언니가 소개해준 책이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읽으면서 너무나 많은 공감을 했고, 주인공인 제제가 꼭 자신 같아서 책을 읽는 동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물론, 그 어린아이가 하는 행동이 너무 애처로워 눈물짓는 부분도 많았지만, 나는 언니가 말하는 것처럼  눈물이 멈추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을 전한다.
어른들도 함께 보는 동화 같은 소설인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다시 한번 읽은 지금,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 보고 싶은 마음에 리뷰를 쓴다.
 
 
 
제제는 5살 난 아주 가난한 집의 아이다.
아버지의 실직으로 인해 엄마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돈을 벌어야만 했다.
제제를 중심으로 누나 셋에 형이 하나, 그리고 남동생 루이가 있었지만, 가족 중에서 제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건 엄마와 글로리 누나 그리고 제제가 사랑하는 동생 루이뿐이었다.
 
 
어떤 장난이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실행에 옮기고야 마는 악마의 소행 때문에 제제는 자신의 마음속에 아마도 못된 악마가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들에게조차도 심한 매와 욕을 들어야 했던 제제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자신의 몫으로 차지한 라임오렌지 나무를 만나게 된다.
혼자일 때는 늘 오렌지 나무를 찾아가 장난도 치고 놀이도 하면서, 자신의 불만이나 외로움 등을 이야기했다. 제제는 5살 난 어린아이지만, 너무 빨리 철이 들었고 성숙한 아이였기에 사랑으로 대해주지 않는 가족과 심한 매로 다스려지는 현실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 날, 이 동네에서 가장 멋진 자동차를 타는 포르투갈 사람의 차에 매달리는 장난을 치다가 심한 모욕을 당하게 된다. 제제는 이다음에 어른이 되면 복수를 하겠다고 결심을 하지만, 발을 다쳐서 학교를 간신히 가고 있는 제제를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해주면서 둘은 친구가 된다.
제제는 허물없는 친구라는 의미로 그를 뽀르뚜까라고 부르며 친아버지처럼 따르게 되지만, 열차와의 사고로 뽀르뚜까가 갑자기 죽게 되면서 제제는 삶의 모든 희망을 잃게 된다.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아야 했다고 느꼈던 제제에게 뽀르뚜까의 죽음은 자신의 삶을 이어나갈 수 없는 너무나 큰 아픔이었다.
 
 
5살밖에 되지 않은 제제는 왜 그렇게 빨리 철이 든 것일까?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할 나이에, 늘 냉대와 모진 말을 들으며 성장해 가는 아이의 영혼은 아마도 구멍 난 상처 그 자체일 것이다.  사랑만 받기에도 너무나 예쁜 제제에게 누나와 형의 무관심, 그리고 아빠의 무심함은 정말 책을 보는 내내 화가 나는 대목이었다.
 
 
고작 5살 난 아이가 자신의 선생님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선생님의 화분에만 꽃이 없는 것이 안타까워 꽃을 꽂아드리는 행동에서 우리는 제제의 성숙과 사랑이 많음. 그리고 너무나 빨리 철이 든 것이 오히려 안타까울 뿐이었다.
 
 
실직한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길에서 배운, 감미롭지만 가사가 퇴폐적인 노래를 불러주다가 아버지에게 죽을 정도로 맞는 장면에서는 정말이지 너무 안타까워 눈에서 불이 날 정도였다. 뜻도 모르는 가사였지만 아버지를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을 아빠는 한번 물어보지도 않고 왜 때리기만 했을까??
어른이라면 그 안에 든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야 했을 것을...
이 사건을 계기로 제제는 더더욱 뽀르뚜까에게 애정을 쏟게 되었고, 심지어 자신을 아들로 삼아 달라는 대목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엄습해 왔다는 것을 고백한다.
 
 
아버지는 다시 직업을 갖게 되며 제제의 집에도 평화가 찾아온다.
제제도 서서히  뽀르뚜까의 슬픔에서 벗어나며 첫 번째 친구였던 라임오렌지 나무에서 흰꽃이 피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리고 아빠는 희망적인 말들을 쏟아 부며 상처를 보듬지만, 제제의 마음속에서 아빠는 이미 잘린 라임 오렌지 나무였다.
 
 
아빠로 인해 영원히 아물지 않을 것 같은 상처와, 너무나 따뜻한 사랑을 가르쳐준 뽀르뚜까에게  마흔여덟 살의 제제가 마지막 인사를 하며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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